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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보호


미국 법원, 게임 핵 프로그램 제작자에 대한 저작권 침해 책임 최초 인정 판결 / 곽재우, 박준우, 변홍준

  • 작성일2024.07.30
  • 작성자반하람
  • 조회수344

미국 법원, 게임 핵 프로그램 제작자에 대한 

저작권 침해 책임 최초 인정 판결


곽재우 | 법무법인(유한) 광장 파트너 변호사

박준우 | 법무법인(유한) 광장 변호사

변홍준 | 법무법인(유한) 광장 미국 변호사


1. 들어가며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게임에는 자연스레 게임 해킹 프로그램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흔히 핵(Hack)이라고도 불리는 게임 해킹 프로그램은 게임을 해킹하여 해독·수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인칭 슈팅(First-Person Shooting, FPS) 장르 게임에서 이용자가 핵을 사용하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 핵은 해당 이용자가 게임 내 여러 장애물을 자유롭게 통과하거나 총의 재장전 속도를 게임 캐릭터의 능력치 이상으로 단축시켜 정상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를 편법적 방식으로 이길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러한 연유에서 핵을 사용하는 게임 이용자는 치터(cheater), 즉 게임 내 일종의 부정행위자라고 불린다.

    필연적으로 게임 내 편법적 개입이 수반되는 핵은 그 사용 자체만으로도 플레이어간 불평등한 게임 플레이를 야기하므로, 대다수 선량한 게임 이용자의 만족도 및 몰입감을 저해시키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게임 회사들은 게임 이용약관 내에 관련 조항을 마련해 게임 내 핵 사용을 엄격히 금지해 왔다. 또한 사후적 모니터링을 통해 핵의 사용이 확인되는 경우, 해당 사용자의 게임 접속을 일정 기간 동안 차단하거나 관련 게임 계정 자체를 영구 정지 조치하는 등의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핵 사용자를 자체적으로 단속해 왔다. 예를 들어, 유명 게임 오버워치의 제작사 블리자드는 공정한 게임 환경 조성을 위해 핵 사용이 적발된 불량 사용자에 대해 해당 계정을 공개함과 동시에 필요한 제재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핵 사용자에 대한 개별적 제재만으로는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므로, 라이엇 게임즈, 블리자드와 같은 대형 게임 회사는 핵 제작사를 상대로 소를 직접 제기하는 등의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핵 근절에 나서기 시작했다. 다만, 위 두 소송을 포함하여 지금까지의 핵 관련 저작권 침해 소송은 재판(trial) 단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이전 양 당사자간 합의 등을 통해 종결되어 원고가 소장에서 배심원 재판을 요청했음에도 실제 배심원의 판단이 이루어진 경우가 없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유명 FPS 게임 데스티니 가디언즈(Destiny 2)의 개발사 Bungie, Inc.(이하 “Bungie”)가 핵 프로그램 개발사와 관여 개발자 그리고 그 모회사를 상대로 2021년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하 이 사건”)에서 약 3년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배심원단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는 평결을 내렸고, 판사가 해당 평결을 최종 판결로 확정함에 따라 게임 업계와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현재 피고는 본 판결에 대해 재재판 신청(motion for a new trial)을 제기한 상황이다.


2. 이 사건의 기초 사실 및 경과

 

   원고인 “Bungie”는 데스티니 시리즈의 개발사로, 해당 게임 시리즈는 확장판이 계속하여 출시될 정도로 여러 국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두터운 이용자층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다른 유명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데스티니 가디언즈 또한 핵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신속한 상대방 제거가 게임의 주요 승리 조건인 FPS 장르의 특성상 지형 너머의 다른 이용자의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거나 사용 무기의 반동 효과를 제거하는 등의 핵이 대표적으로 게임에서 사용된 것이다.



    Bungie가 데스티니 가디언즈 내 핵 사용 근절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Bungie는 핵 및 핵 사용 단속 적발 방지 서비스를 월 구독료를 받고 제공한 퍼펙트에임을 상대로 핵의 판매 중지를 요구하였고, 이에 퍼펙트에임은 핵 판매의 중단을 고지하였다. 2021Bungie가 제기한 본 소송 또한 이러한 적극적 움직임의 일환으로 이해되고 있다.

    Bungie2021. 6. 15.자로 워싱턴 주 연방서부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피고 Aimjunkies.com(이하, “Aimjunkies”) Phoenix Digital Group LLC(총칭하여 이하 피고들”)은 치트 소프트웨어(핵 프로그램)“Destiny 2 Hacks”를 개발한 후 피고들이 운영 중인 웹사이트 Aimjunkies.com에서 월 미화 34.95달러(한화 약 48,000)에 판매하였고, 그 과정에서 여러 홍보 활동을 하였다. 더욱이, 피고들은 치트 소프트웨어의 사용이 Destiny 2의 이용약관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Destiny 2 Hacks가 적발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홍보하며, 치터들이 치트 소프트웨어 구매 및 사용하도록 유도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Bungie는 피고들의 행위가 Destiny 2의 무단 복제 및 이를 기반으로 한 2차적 저작물 무단 작성 등에 해당한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였다. 특히, Bungie는 여러 가지 기술적 장치를 통해 치터들을 Destiny 2에서 배제시켜 왔으나, Aimjunkies의 치트 소프트웨어는 치터들로 하여금 Bungie의 여러 기술적 보호 장치들을 회피하여 게임의 여러 기능들을 오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른 게임 이용자들의 게임 플레이에서 오는 재미를 심각하게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의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저작권 침해 사실을 부정하며 소 각하 신청(motion to dismiss)을 하였다. 피고들은 Bungie의 저작권 침해 주장은 충분한 사실관계를 적시하지 못한 채 결론 위주의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하였다. 오히려 Bungie의 소 제기는 사법 시스템의 남용이라며 적반하장적인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소 각하 신청에 대한 결정에서 담당판사 Thomas S. Zilly는 피고들의 주장대로 Bungie가 충분한 사실관계를 소장에 적시하지 못하였고, 특히 치트 소프트웨어가 소장에서 식별된 저작물의 무단 복제물을 구성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였다며 저작권 침해 주장에 대해 피고들의 소 각하 신청을 인용하였다. 다만, 담당판사는 Bungie에게 수정 소장의 제출을 허락하였고, 이에 Bungie는 저작권 침해 주장에 대해 더욱 상세히 보충하여 2022. 5. 19. 수정 소장을 제출하였다.

    수정 소장에서 Bungie는 피고들의 직접침해, 대위침해 등의 행위에 대해 보다 상세한 주장을 펼쳤다. 예를 들어, 직접침해의 경우 Destiny 2의 데이터 구조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코드를 복제하고, 플레이어 데이터 구조를 역설계하였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보충하였고, 대위침해의 경우 Bungie2020. 11.경 판매 중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 후 피고들이 치트 소프트웨어를 일시적으로 판매 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으로 보아 구매자들의 침해 행위에 대한 통제 및 감독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 뒤 여러 차례의 치열한 서면 공방 끝에 재판(trial)이 진행되었고, 배심원 평결(jury verdict)이 내려졌다. 배심원단은 피고들의 원고 저작권에 대한 직접침해, 대위침해 등 침해 행위 일체를 인정하였다. 피고들에 부과된 배상금은 침해기간 동안 피고들이 수입으로 벌어들인 총 미화 63,210달러(한화 약 8,700만 원)이다.

    담당판사는 배심원단의 평결을 별도의 판시 내용 없이 판결로 확정하였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근거를 명시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소송 단계에서 양 당사자가 제출한 서면에서 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피고들은 변론 전 서면에서 Andreas Banek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소재 개발자가 치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고 주장하였고, 피고들 중 그 누구도 소스 코드를 직접 보거나 분석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Bungie2019년 피고들 중 한 명이자 개발자인 James May가 치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고, 전문가 증인을 통해 소스 코드에 대한 접근 없이 치트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불가능함을 주장하였다. 예를 들어, ESP 핵과 관련하여서는 원고가 의도적으로 암호화해둔 플레이어 위치의 데이터 구조와 관련된 소스 코드를 복제하여 역설계하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핵이 기능할 수 없음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양 당사자의 변론을 들은 배심원단이 원고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판사 또한 원고의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3. 이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미국 법원이 핵 제작자에 대하여 게임 회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한 최초의 판례이다. 지금까지 게임 회사와 핵 제작자 간의 다툼은 배심원 평결 및 판결로 종결된 바가 없었다. 이 사건과 유사하게 BungieDestiny 2의 핵을 개발한 Elite Boss Tech.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사건의 경우, Bungie가 미화 1,350만 달러(한화 약 1872,000만 원)의 합의금을 받고 소를 취하하였으며, 위에서 언급한 라이엇 게임즈 및 블리자드의 경우 재판 단계 이전에 소송이 종결되어 배심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이 사건은 미화 약 6만 달러(한화 약 8,300만 원)에 그치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손해배상액에도 불구하고 핵이 게임 회사의 저작물을 침해하였음을 명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유의미한 선례로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4. 국내에서의 시사점

 

    핵 프로그램의 제작이 원저작물 게임에 대한 침해를 구성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명시적 판단을 내린 국내 판례는 부재한 상황이다. 이는 한국에서 게임 개발사가 핵 개발자 내지 유통자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손해배상액을 예상할 수 있는 미국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한편, 학계에서는 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MMORPG)에서 주로 사용되는 핵 프로그램의 일종인 오토 프로그램에 대하여 저작권법적 쟁점이 논의되고 있다.

    쟁점은 크게 저작권법상 복제권, 2차적 저작물작성권, 동일성유지권 및 기술적 보호조치의 침해 여부이다. 저작권법상 복제권과 관련하여, 오토 프로그램이 온라인 게임과 함께 구동되는 실태를 보면 오토 프로그램에 의해 제어되는 온라인게임콘텐츠가 이용자의 개인 컴퓨터 램(RAM) 메모리에 일시적으로 저장되었다가 게임 진행에 따라 삭제되는 원리이다. 이러한 일시적 저장 행위도 온라인게임서비스제공자가 복제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학설상 다툼이 있었던 때도 있었으나, 저작권법이 2011. 12. 2. 일부개정되며 저작권법 제2조 제22복제의 범위에 일시적 저장이 추가됨에 따라 오토 프로그램 제작자에 대한 온라인게임서비스제공자의 복제권 주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2차적 저작물작성권 침해와 관련하여서는, 2차적 저작물로 인정되려면 작성자가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하나 오토 프로그램을 통한 게임 플레이 화면에서의 캐릭터의 신속한 이동 정도로는 게임의 2차적 저작물작성에 해당하지 않아 침해가 아니라는 것이 다수설이다.

    다만 동일성유지권 침해 가능성에 대하여는 오토 프로그램은 게임의 코드를 바꾸는 것이 아닌 컴퓨터 운영체제의 함수를 일부 변경 및 복원하는 것이며, 게임 플레이 영상에 대하여도 동일성이 변경되지 않으므로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우리 법원은 인터넷 공간에도 저작인격권을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태도인 점, 오토 프로그램의 실행으로 온라인게임의 정상적인 구동 태양이 심각하게 변형되는 점, 온라인게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적인 비문언적 부분(dynamic non-literal elements)의 성격이 보다 정적으로 변질되는 점을 고려할 때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견해 또한 있다.

    기술적 보호조치와 관련하여서도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긍정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이용통제조치에 해당되어 오토 프로그램 공급자를 규제할 것이라는 견해, 오토 프로그램 방지를 위한 보안프로그램을 접근통제조치에 가깝게 보는 견해 등이 있어 견해가 통일되어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러한 학계의 논의는 핵 프로그램 중 일부인 오토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를 저작권법 관점에서 다방면으로 논의해 보았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으나, 논의가 이뤄진 지 10년 이상 경과하였음에도 아직까지 핵 프로그램에 대하여 현실적인 대응책을 찾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될 만하다. 실제로 한국 내 핵 프로그램 사용은 지금도 게임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질의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지적되었다. 핵 프로그램, 오토 프로그램을 포함한 불법 프로그램의 사용이 2023년 기준 지난 5년간 26,795건이나 달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게임 업계에서는 핵 프로그램에 대하여도 실효성 있는 제재를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처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이에 발맞추어 2023. 11. 30. 제안된 게임산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관련 행위에 대한 처벌을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안이 제시되었다. 비록 위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으나, 개정안에 핵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되어 발의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위와 같이 처벌 규정을 강화하려는 시도뿐만 아니라, 게임 이용자들 스스로 핵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다른 게임 플레이어들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행위이며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수명을 줄이는 행위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자제하려는 자정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건전하고 성숙한 게임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적절한 법령 위에서 게임 회사, 게임 이용자 및 행정기관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e-스포츠 강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게임 문화가 뿌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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