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불법복제 보고서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

임유진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유럽팀 전문연구원



1. 들어가며

2023년 5월, 북유럽 국가의 TV, 영화 등의 불법복제율이 높아졌다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는 2023년 3월 시행된 불법복제물 이용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유럽 4개국의 영화, TV 관련 불법복제율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였다. 이하에서는 해당 보고서를 바탕으로 북유럽 4개국의 불법복제율과 그 특징을 파악해 보고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조사 배경 및 범위

스웨덴 언론 및 미디어 컨설팅 업체인 미디어비전(Mediavision)은 2010년부터 북유럽 4개국인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화 및 TV 에피소드의 다운로드와 컴퓨터 및 모바일 장치에서의 스트리밍 서비스의 불법복제 여부에 대해 조사해왔다. 2023년 3월에 시행된 조사는 15~74세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온라인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덴마크인 1,400명, 핀란드인 1,200명, 노르웨이인 1,100명, 스웨덴인 1,000명이 조사에 참여하였다. 본 보고서에서 언급하는 불법복제율(Piracy rate)은 조사 대상자 중 한 달 동안 불법복제물을 이용한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을 의미한다.

3. 조사 결과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10년간 북유럽 4개국 모두 영화, TV 에피소드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분야에서 불법복제율이 일제히 증가하였다. 국가별로 정도와 시기의 차이가 있으나, 2017~2020년 사이에 불법복제율 증가세가 소폭 줄어들었거나 혹은 감소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3년에는 전년 대비 그 증가세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2023년 기준, 4개국 중 특히 스웨덴의 불법복제율이 가장 높았으며(25%), 연령별로 살펴볼 때 젊은 층(15~24세)에서 불법복제율의 비중이 컸다.

1) 국가별 불법복제율 특징

덴마크와 핀란드의 불법복제율은 2014년 기준 각각 11%, 8%에 불과했으나 2023년의 경우 두 국가 모두 9%p 상승하여 20%, 17%를 기록하였다. 덴마크는 직전년도인 2022년에는 2014년 대비 소폭 상승한 13%였으나 2023년의 불법복제 이용률이 20%까지 증가한 것이 특징적이다. 2019~2020년부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3년의 경우 직전년도 대비 그 증가폭이 빠르게 확대되었다. 핀란드는 영화 및 TV의 불법복제율이 덴마크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나 2018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불법복제 영화 다운로드 항목은 2015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여 2018년에 그 응답률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는데, 이후 다시 오름세로 전환되면서 2023년 12%를 기록하였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지난 10년간의 영화, TV 관련 불법복제율 추이 형태가 앞서 설명한 두 국가와 다르게 나타난다. 덴마크, 핀란드는 지난 10년간 불법복제율이 대체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불법복제율은 U자 형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불법복제율이 2015년에 각각 19%, 32%로 정점을 기록하고 이후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각각 2019년, 2021년 저점을 기록한 이후 추세가 반전되어 소폭 상승하였고 특히 2023년에 크게 증가하였다. 2023년 기준 불법복제율은 노르웨이의 경우 22%, 스웨덴이 25%를 기록하였다. 조사 대상국인 북유럽 4개국 중 인구가 가장 많은(약 1,061만 명) 국가인 스웨덴은 영화, TV의 다운로드, 스트리밍 등 조사 전 분야에서 불법복제율이 높은 국가로 분석된다. 절대 수치인 이용자 수만 살펴보면, 스웨덴의 불법복제물 이용자 수는 북유럽 4개국 전체의 불법복제물 이용자 수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3개국은 불법복제율이 스웨덴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그 증가세가 스웨덴을 능가하고 있어 예의주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2) 낮은 연령대 주도의 불법복제율 증가

2023년 기준 불법복제물의 이용률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북유럽 4개국 모두 15~24세의 청년층에서 50% 내외 수준을 보였다. 불법복제물 이용을 청년층에서 주도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같은 연령대의 국가별 불법복제율은 2023년 기준 스웨덴이 53%를 기록했으며, 노르웨이가 51%, 덴마크와 핀란드가 46%로 나타났다. 덴마크와 핀란드의 15~24세 이용률은 2022년 대비 각각 17%p, 18%p 증가로 다른 국가보다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5~34세 연령대도 이 외의 연령대보다 26%(핀란드)~38%(스웨덴)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또한 청년층 외에도 전 연령대에서 불법복제율이 2022년 대비 2023년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스웨덴 역시 전 연령대의 증가율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노르웨이의 경우 45세 이상부터 그 이용률이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들었다.

3) 불법 IPTV 가입 확대

상술한 바와 같이 불법복제율이 증가한 가운데, 북유럽 4개국의 불법 IPTV(Internet Protocol TV) 가입자 수도 확대되었다. 2023년 기준 불법 IPTV 가입자 수는 115만 명 수준으로, 2022년(불법 IPTV 구독 가구 약 90만 명) 대비 27.8% 증가하였다. 이 중 인구수가 가장 많은 스웨덴이 40% 이상을 차지한다. 국가별 불법 IPTV 가입자 비율을 살펴보면, 노르웨이, 스웨덴이 11%로 나타나고, 덴마크와 핀란드는 각각 9%, 7%이다. 불법복제율이 높게 나타난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불법 IPTV 가입자 비율도 높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 제시된 핀란드 사례를 살펴보면 불법 IPTV 가입률은 2022년 6%, 2023년 7%로 증가하고 있는데, 증가 원인은 불법 IPTV가 채널 및 콘텐츠가 더욱 다양하게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합법적 TV 서비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핀란드의 경우 합법적 TV 서비스는 1개월에 25유로 정도에 제공되는 반면 불법 IPTV는 1개월에 22유로 정도 가격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핀란드인은 불법 IPTV를 활용하여 주로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37%), 스포츠 생중계 시청(24%)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 결론 및 시사점

보고서의 조사 결과 북유럽 4개국의 불법복제물의 이용률이 국가마다 정도와 시기의 차이가 있지만 지난 10년간 증가한 추세이며 2023년 기준으로는 평균 21%의 불법복제율을 보이고 있다. 조사 대상 국가 중 인구수가 가장 많은 스웨덴의 불법복제율이 가장 높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북유럽 4개국의 불법복제율이 2014년과 대비하여 덴마크, 핀란드의 경우 2017~2020년 사이에 그 증가세가 주춤하였고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낮아졌는데, 4개국 모두 2023년에 이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국가를 막론하고 청년층(15~24세)에서의 불법복제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불법 IPTV 가입률도 다루었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채널 및 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불법 IPTV 가입률이 상승하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불법복제율이 높게 나타난 스웨덴은 2000년대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이용된 불법복제물 공유 사이트(Pirate Bay, μTorrent 등)가 뿌리를 두고 있는 국가로, 불법복제 이슈가 일찍이부터 다루어졌다. 스웨덴의 불법복제율이 2014년 이래 정점을 기록했던 2015년보다는 2023년 이용률이 낮지만, 노르웨이와 함께 불법복제율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 외 국가들 또한 기존 이용률보다 2023년 결과가 크게 확대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불법복제 이용 행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현존하는 저작권 보호 정책에 반영하여 이용률 방지를 위한 적절한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15~24세)과 같은 낮은 연령대에서 불법복제물의 이용률이 높은 것은 낮은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보다 디지털 방식에 능숙하지만, 경제적으로 지불할 능력이 부족하여 정식 유통되는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불법복제물을 다른 연령대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연합(EU) 27개국 청년(15~24세)을 대상으로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조사한 보고서에서도 저렴한 비용과 다양한 선택지가 불법복제물을 이용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특징은 불법 IPTV에서도 나타난다. EU 회원국과 영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본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불법 IPTV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가 2018년 대비 2021년에 25% 확대되는데 주 사용자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스웨덴뿐만 아니라 다른 북유럽 3국의 불법복제율 확대 배경에는 기존 조사에서 주요 불법 콘텐츠 접근 사이트로 제시되었던 Youtube, Facebook 외에도 불법 IPTV 등 저렴한 비용으로 불법복제물을 이용할 수 있는 접근 통로가 다양화되고, 젊은 층에서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수용한 결과로 추론해볼 수 있다.

덴마크 불법 복제 방지 단체(Rights Alliance)에서는 불법복제물에 대한 10대의 행동을 연구하는 조사에 10대를 패널로 참여시키는 등 불법복제물 이용을 억제하고 예방하기 위한 교육과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법률도 각 국가에서 제정하고 있으나 불법복제물에 대한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청년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IPO(2022)의 EU 청년 대상 조사 결과, “불법적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는다”에 대한 응답률이 지난 조사(2019년)보다 10%p 증가한 60%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 청년층에서 합법적 콘텐츠 이용에 대한 인식 또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가구의 미디어 관련 총지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향후 불법복제율이 개선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Mediavision의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핀란드에서는 유료 VOD 서비스 구독 가구가 연 8% 증가하고 있으며 스웨덴 가구의 90% 이상이 미디어 구독 비용을 지출하고 있음을 나타내었다. 또한 스웨덴의 2022년 가계 미디어 지출이 5% 증가하였다. 합법적 콘텐츠 이용 인식의 확산, 미디어 구독 가구 증가 소식은 향후 불법복제율을 낮추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법 IPTV와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한 콘텐츠의 불법 디지털 배포가 늘어나고 있다. 콘텐츠의 불법 공유 기술 및 방식이 나날이 진화하는 가운데 보고서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합법적 콘텐츠 이용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불법복제율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3년 더욱 확대된 원인과 그 특징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특히 젊은 층에 특화된 불법복제물 이용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이 더욱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온라인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구독자 이탈 이슈도 등장하고 있는데, 합법적 콘텐츠 이용에 있어 합리적 가격과 품질이 확보되어야 불법복제물에 대한 이용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UIPO(2022)의 조사에서도 47%의 젊은이들이 ‘합법적이고 저렴한 콘텐츠의 가용성’이 불법 콘텐츠에 대한 의도적 접근을 막은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선택하였다.

한편 최근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에서 계정 공유를 제한하고 구독 가격을 인상하는 등 합법적 콘텐츠 이용에 대한 비용 상승 이슈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북유럽 내 300만 가구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유 계정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존 공유 계정 이용자와 비용 상승으로 콘텐츠 이용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불법복제물을 이용할지, 합법적 서비스를 활용하여 콘텐츠를 계속 이용할지가 향후 불법복제율에 추가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