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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규제당국의 불법복제 방지 캠페인 / 박주범

  • 작성일2023.12.22
  • 작성자이나라
  • 조회수1301


프랑스 규제당국의 불법복제 방지 캠페인


박주범 | 공공소통연구소 책임 연구원, 정보학 박사


1. 캠페인 목적

2023520일 칸 영화제 기간 중 프랑스 정부 기관인 CNC(국립 영화 및 동영상 센터)와 새로운 시청각 및 디지털 통신 규제 기관인 ARCOM불법복제 방지 및 창작물 보호를 위한 칸 원탁회의(Canne Piracy Roundtable)’에서 불법복제 콘텐츠 소비를 중독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새로운 캠페인을 공개했다. 프랑스의 다국적 광고 및 PR 기업인 퍼블리시스 그룹(Publicis Groupe)의 글로벌 프로덕션 플랫폼인 프로디지어스(Prodigious)가 디자인한 새로운 캠페인은 불법복제 이용 습관을 바꾼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여전히 불법복제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합법적인 콘텐츠 이용을 홍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캠페인 추진 배경

기존에 프랑스 문화 콘텐츠의 저작권과 불법복제 문제를 다루던 CSA(고등시청각 위원회)HADOPI(인터넷상의 저작물 보급 및 저작권 보호를 위한 고등 기관)의 합병을 통해 202211일 새로 출범한 ARCOM은 프랑스의 시청각 커뮤니케이션 규제를 담당하며, 법적,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도록 텔레비전, 라디오, 온라인 콘텐츠와 관련된 문제를 감독한다. 조직개편과 함께 ARCOM에 부여된 새로운 권한은 심각하고 반복적으로 저작권 관련 권리를 침해하는 사이트와 미러 사이트의 블랙리스트를 유지 관리하며, 이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가 관련 도메인을 차단하거나 목록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다. HADOPI는 인터넷상의 지적재산권 강화를 목표로 2009년 설립된 기관으로 2010년부터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불법 다운로드하거나 공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개인을 대상으로 경고 통지 - 벌금 - 인터넷 차단등의 단계적 대응(la réponse graduée) 시스템을 운영해 프랑스의 불법 복제와 해적 사이트 방문 수가 최근 몇 년간 감소하는 추세를 이끌어내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규제 대상이 P2P상의 불법 파일 공유에 한정되고, 스트리밍과 직접 다운로드 방식의 불법 이용 문제를 처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ARCOM불법복제 방지 및 창작물 보호를 위한 칸 원탁회의에서 미디어 이용자 조사 전문 기관인 메디아메트리(Médiamétrie)가 작성한 종합 평가 보고서 불법복제 방지에 관한 ARCOM2022년 제1차 평가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프랑스 인터넷 사용자의 17% 이상(920만 명)이 매달 불법복제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HADOPI 규제 시기인 2021년에 비해 침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의 트래픽이 27% 감소한 결과다. 또한, 당시 월평균 인터넷 사용자 수는 1,250만 명이었는데, 그중 불법 스포츠 방송 서비스 시청자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41%(인터넷 사용자 평균 280만 명에서 160만 명으로) 감소했다.

설립 후 1년 동안 ARCOM은 불법 콘텐츠를 소비한 이용자들에게 192천 건에 달하는 1·2차 경고를 발송해 반복 시 제재 조치가 취해지도록 했다. 경고를 받은 인터넷 구독자 중 75%는 재범을 하지 않았다. 202210월부터 20234월까지 불법복제 콘텐츠를 호스팅하는 사이트의 도메인 이름 166개가 ISP에 의해 차단되었고, 해당 기간 동안 불법복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23%). 불법 행위에 연루된 인터넷 사용자의 38%는 이미 시청각 또는 영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불법 서비스가 차단된 경험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인터넷 사용자의 7%는 법적 제안을 선택했으며, 46%는 검색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는 차단을 회피하려고 했고, 41%는 다른 불법 서비스로 전환했다. 해당 조사는 15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2,000명의 대표 표본을 대상으로 할당량 방식을 사용해 실시했다.

ARCOM이 불법복제물 이용 관련 수치를 발표한 것과 동시에 선보인 것이 CNC와의 합작품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ARCOM 출범 이후 가속화된 규제와 대조적으로 특히 합법 콘텐츠 이용과 행동 변화를 장려하면서 이미 습관을 바꾼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2023615TV와 라디오, 영화관, 소셜 네트워크 등 4개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었다.

 

3. 캠페인 목표 공중 및 매체 선정

칸 영화제에서 ARCOM을 대표한 이사회 멤버 데니스 라포네(Denis Rapone)는 연설을 통해 프랑스의 온라인 불법복제 퇴치를 위해 새로운 차단 권한이 저작권 침해 단속에 효율적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여전히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승인되지 않은 소스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더 많은 인식 제고 활동이 수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ARCOM2011년부터 프랑스 인터넷 사용자들의 온라인 문화상품 소비에 대한 바로미터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 프로필을 설정하고 사용 변화와 법적 제안에 대한 인식을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지표는 음악, 영화, 시리즈, 사진,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 디지털 도서, 온라인 언론 및 스포츠 방송을 대상으로 하며, 2022년부터 추가된 팟캐스트, 라이브 쇼 및 다큐멘터리까지 총 12가지 문화상품의 온라인 사용을 측정한다. 가장 최근 조사인 비물질화된 문화상품 소비에 대한 지표에서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의 24%가 불법적인 방식으로 적어도 하나의 온라인 문화상품을 소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215세 이상의 프랑스 인터넷 사용자의 86%가 온라인에서 최소 하나의 문화상품을 소비했다. 2022년에는 2021년보다 100만 명이 더 늘어난 5,120만 명이 합법적 소비를 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인터넷 사용자가 불법 콘텐츠에 온라인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통해 창작을 존중하는 관행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특정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도록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새 홍보 캠페인은 유머적 표현을 사용해 영화 및 시청각 창작물을 존중하면서 합법적인 콘텐츠를 선택하는 관객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음을 강조한다면 더 많은 인터넷 사용자가 창작을 존중하는 관행을 선호하도록 습관을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 사용자의 활동을 결정하는 장애물과 동기에 대한 ARCOM의 문화상품 소비 지표 연구에 기반해 ARCOMCNC는 온라인 문화 상품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15~39세를 캠페인의 목표 공중으로 설정하였다. 캠페인 수행을 위한 세부 콘텐츠는 텔레비전과 영화관용 30초짜리 홍보영상과 20초 라디오 광고 2, 15초 분량의 디지털 광고 3편 등으로 제작되었다.

 

4. 캠페인 메시지

이 캠페인은 불법복제 습관을 중독에 비유하고, 유혹에 다시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세 명의 중독자를 치료한다는 정신 의학적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즉 공인된 테라피스트가 중독자를 치료해 이들이 합법적 콘텐츠를 사용하도록 돕는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20212월부터 20225월까지 아르테 TV(Arte)에서 방영되면서 비평가들의 찬사와 함께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은 프랑스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치료 중(En thérapie)>을 패러디해 중독과 테라피스트 콘셉트를 사용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끌며 인지도를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불법복제 행위를 점점 심해지는 중독에 비유한 것은 스릴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순간적인 희열감이 금단현상을 불러일으켜 결국 더 위험한 복제의 악순환을 촉발하는 중독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에는 테라피스트와 그녀가 치료 중인 과거 불법복제 이용자들 세 명(, 클레멘타인, 헥터)을 포함해 총 네 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테라피스트인 이자벨 샹파르(Isabelle Champart)는 프랑스의 유명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줄리 페리어(Julie Ferrier)가 연기했다. 테라피스트 이자벨이 불법복제 콘텐츠 소비자(해적)들을 중독에서 영구적으로 벗어날 수 있도록 치료를 통해 이들을 회복시킨다는 캠페인 내용은 불법 콘텐츠에서 합법 콘텐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독자가 겪는 회복 과정의 어려움을 보여줌으로써 중독의 결과로 받는 고통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

, 이러한 불법복제 콘텐츠 소비자의 프로필을 특징으로 여러 캐릭터에 접근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해적의 전형적인 프로필은 20~40세의 도시 남성()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정했지만 두 개의 다른 프로필, 18세의 젊은 여성 초보자인 클레멘타인과 회개 중인 나이 많은 남성 베테랑 헥터를 추가해 연령과 성별을 다양화함으로써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인터넷 사용자의 관행을 결정하는 장애물과 동기에 대해 ARCOM이 수행한 사용 연구에서 나온 다양한 프로필에 기반한 것이다.

여러 개의 클립으로 구성된 영상에는 소파에 앉아 테라피스트에게 자신의 위축감을 털어놓는 중독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모두 약간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불법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빠른 심박수, 식은땀, 극심한 불안감으로 심각한 불법 복제 중독에 시달렸던 이들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은 모습으로 다시 테라피스트 이자벨 앞에 앉아 있다.

지난 2년 동안 모든 것을 멈췄어요. 그 뒤로 다시 하지 않았습니다.” 베테랑 해커 헥터는 마치 이전에 마약 중독자나 알코올 중독자였던 것처럼 말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신하듯 나는 간신히 참고 있다라고 여러 번 반복한다. , 일부 깨진 코드를 발견했음에도 해킹하지 않았음을 고백했고, 이자벨은 핵터에게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불법복제 경험이 많지 않은 클레멘타인은 항상 (불법복제의 유혹을)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인정한다. 이자벨은 클레멘타인에게 긴장을 풀 것을 주문하고, 호흡이 핵심이라면서 숨을 내쉴 때 충동을 거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다른 주인공인 샘은 이 작은 스릴, 금지된 느낌이 좋았어요라고 하면서도 더 이상 불법복제를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다짐하며, “저녁마다 영화나 시리즈를 합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자벨은 샘에게 우스꽝스럽게 생긴 벙어리 장갑을 내주며 해적 활동을 하고 싶어 참기 어려울 때 장갑을 끼고 해보라고 권하고, 샘은 디자인이 좋다고 말한다.

환자들의 진전에 만족하는 테라피스트의 결론은 불법복제 후에도 삶이 있다는 것이다. 이자벨의 지도에 따라 불법복제 중독자들은 완전히 회복되어 더 이상 그녀의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듯이 보인다. 이자벨은 영상 마무리에 인생의 모든 결정에 코치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합법적으로 시청해 창작 활동을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불법복제 행위의 근절을 원하는 중독자들에게 이자벨이 권하는 혁신적인 방법은 스스로 모든 카드를 갖게 된다는 것이고 이를 멈추기 위해 테라피스트가 다시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5. 캠페인 함의

캠페인은 테라피스트 역할에 코미디 배우를 등장시켜 보다 유쾌한 분위기에서 창작을 존중하는 관행을 위해 습관을 바꾸는 인터넷 사용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음을 홍보하고 있다. 불법복제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예술 혹은 창작 산업을 죽이고 있다고 강조해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대신 의존적 상황을 언급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더 설득력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것은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던 10년 전 HADOPI 캠페인과는 상당히 다른 어조로 당시 캠페인은 포스터TV 광고를 통해 별다른 직업 없이 불법복제를 저지르는 젊은이들의 우울한 모습을 등장시켰다. 당시 관련 기사에 따르면, HADOPI는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을 통해 창작이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려 했다. , 집단적 해결책을 중심으로 일반 대중을 하나로 묶어 책임 있는 사용을 장려하고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촉진하는 행동으로 법적 제안의 라벨링을 수용하라는 간단한 솔루션을 강조했다.

책임 있는 사용 촉진을 의미하는 ‘PUR(Promotion des Usages Responsables)’ 라벨은 법적 제안 홍보에서 윤리적 행동 촉진까지 규제 당국이 더 이상 단순한 법의 영역이 아니라 도덕의 영역에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급기야 프랑스 해적당(Le Parti Pirate Français)PUR 라벨에 대한 광고 캠페인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 운동을 할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진 비전을 옹호한다는 혹평을 받은 HADOPI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높았다.

ARCOMCNC는 새로운 캠페인이 도덕적 영역에서의 접근이 아닌 유머 코드를 사용해 불법복제를 방지하고 창작물을 보호하는 방법에서 한 걸음 더 진화했다고 자체 평가한다. 불법복제를 선택하지 않고 법적 제안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힌 CNC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사라 드루오(Sarah Drouhaud)는 프랑스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Strategie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캠페인이 도덕적이거나 죄책감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유지하기를 원했다라고 설명했다. ARCOM은 법적 규제 기관이지만 이번 캠페인을 통해서 불법복제 행위가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고, 치료가 요구되는 중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불법복제 자체가 일반적으로 중독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바꾸기 어려운 습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전 캠페인과 비교해 강압적이지 않고 가벼운 마음의 접근 방식을 사용해 비난으로 이어지는 캠페인이 되지 않도록 했다.

 

6. 시사점

나라마다 다양한 형태와 메시지를 담은 불법복제 방지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유형의 캠페인이 불법 콘텐츠 소비자에게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캠페인에 등장한 여러 캐릭터들이 모두 활동을 중단하거나 줄이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이 크게 증가했으며, 이용자들이 여러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별 플랫폼을 모두 구독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디지털 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불법복제의 확산 속도도 가속화되며, 그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정교한 기술을 활용한 고품질의 불법 콘텐츠가 유포되어 일부 사용자들은 불법복제의 위험성에 대해 명확한 인지 없이 선택하기도 한다. 법과 제도를 촘촘하게 하는 것만으로 창작 산업을 지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불법 콘텐츠 소비가 잘못이라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는 캠페인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이 저작권 침해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기보다 인터넷 이용 행동의 개선을 장려하는 설득 작업을 시도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개인의 습관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자발적 참여를 목표로 두고 있는 유연한 인식 개선 캠페인이 효과적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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