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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보호


네덜란드 대법원, 지역 차단 및 VPN 등을 통한 우회 관련 저작권 쟁점에 대해 EU 최고법원에 해석 요청 / 김우균, 최자림

  • 작성일2024.11.05
  • 작성자김태일
  • 조회수378

네덜란드 대법원,

지역 차단 및 VPN 등을 통한 우회 관련

저작권 쟁점에 대해 EU 최고법원에 해석 요청


김우균 | 법무법인(유한) 세종 파트너 변호사

최자림 | 법무법인(유한) 세종 파트너 변호사



 

1. 들어가며

 

인터넷의 발전으로 저작물은 전 세계적으로 유통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저작권자는 저작물의 이용 방법과 조건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할 수도 있고, 특정 국가에서는 해당 저작물에 접근할 수 없도록 제한을 설정할 수도 있다.

 

이용자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인터넷상의 저작물 접근을 선별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을 지역 차단(Geo-blocking)이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지역 차단이 설정된 경우에도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 사설망) 서비스 등을 통해서 이를 우회하여 해당 저작물에 접근, 이용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특정 국가에 지역 차단이 설정되었더라도,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이 VPN 등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저작물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라면, 해당 국가의 공중에게도 저작물에 대한 전송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 즉 저작권자의 허락 없는 전송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서 저작권 침해라고 보아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네덜란드 대법원은 위 경우와 유사한 사건을 심리하면서, ‘공중전달권을 규정하고 있는 정보사회에서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의 특정 측면의 조정에 관한 2001522EU 지침(이하 저작권 지침’) 3조 제1항의 의미와 올바른 해석 방안을 EU 최고법원(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이하 ‘CJEU’)에 요청했다.

 

해당 사건의 쟁점은, 지역 차단에도 불구하고 차단된 국가의 사람들이 VPN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저작물이 게재된 웹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 지역 차단의 대상이 된 국가에서 저작권 지침 제3조 제1항의 공중에 대한 전달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2. 사실관계 및 진행 경과

 

안네 프랑크 재단(Anne Frank Fonds, 이하 원고 재단’)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인 안네의 일기를 작성한 안네 프랑크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에 의해 설립된 재단으로, 오토 프랑크의 유언에 따라 안네 프랑크의 저작물에 대한 모든 저작권의 수익자가 되었다.

 

한편 피고 측은 안네 프랑크의 일기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진행하여, 20219월 말 그 연구 결과와 원본 문서를 웹사이트(http://www.annefrankmanuscripten.org, 이하 본건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였다.

 

그런데 원고 재단은 안네 프랑크가 작성한 원고 다수에 대해서 네덜란드에서는 2037년까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었고, 반면 벨기에, 독일 등 다수의 다른 국가(이하 공공영역 국가’)에서는 2016년에 저작권이 소멸한 상태였다.

 

이에 피고 측은 네덜란드에서는 본건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지역 차단 조치를 취하였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에서 본건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경우에는 본건 웹사이트는 귀하의 국가에서 접근할 수 없습니다. 안네 프랑크 원고에 대한 학술적 온라인판은 저작권으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표시되었다. 반면 공공영역 국가에서 접속하는 경우에는, 접속자로 하여금 자신이 공공영역 국가 중 하나로부터 본건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있음을 확인하도록 하고, 이것이 거짓인 경우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선언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였다.

 

그러자 202111, 원고 재단은 피고 측을 상대로 본건 웹사이트에 안네 프랑크 원고를 게재한 것은 허락 없이 네덜란드에서 저작물을 공중에 전달하는 행위로서 원고 재단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본건 웹사이트에서 안네 프랑크 원고 게시를 중단할 것, 안네 프랑크 원고의 모든 사본을 폐기할 것 및 손해를 배상하라는 요청을 하였다.

 

피고 측이 위 요청에 응하지 않자, 원고 재단은 피고 측을 상대로 암스테르담 지방법원에 안네 프랑크 원고를 디지털 스캔 형태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 등을 구하는 예비적 구제 절차(preliminary relief proceedings)를 신청하였다.

 


3. 하급심 법원의 판단

 

위 예비적 구제 절차에서 법원은, 피고 측이 네덜란드에서 본건 웹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거나 최소한 접근을 충분히 방해하고 저지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였다고 보았고, 피고 측이 네덜란드에서 저작권 침해행위(저작권 지침 제3조의 공중에 대한 전달)를 하지 않았다고 보아, 원고 재단의 위 신청을 기각하였다.

 

또한 예비적 구제 절차의 1심 법원은, 설령 이것이 본안에서 다르게 판단된다 하더라도, 안네 프랑크 원고를 공중에게 공개하는 행위의 중단을 구하는 원고 재단의 신청을 인용한다면, 이는 공공영역 국가의 모든 인터넷 사용자들이 학술적 연구 결과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이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취지의 판단을 덧붙였다.

 

원고 재단은 항소하였고, 항소심에서는 안네 프랑크 원고를 공중에 제공하는 행위 자체의 중단을 구하였던 1심에서의 신청 취지와 달리, VPN, 프록시 서비스 등을 통해 지역 차단을 우회하여 네덜란드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안네 프랑크 원고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행위의 중단을 구하였다.

 

이에 대해 항소심 법원(암스테르담 고등법원), 지역 차단이 우회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이러한 결론이 저작물 접근이 차단된 지역의 공중에게 전달되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의도적으로 비효과적인 지역 차단이 적용된 경우에만 달리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 지역 차단 외에도 본건 웹사이트 접속자 또는 사용자가 완료해야 하는 선언문 등의 장애물이 추가되어 있고, 지역 차단 우회에 사용되는 URL을 차단하는 자가 학습시스템도 채용되어 있으며, 지역 차단에 관한 최신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Cloudflare의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 측이 설정한 지역 차단이 충분하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하였다.

 


4. 네덜란드 대법원의 CJEU에 대한 해석 요청


원고 재단은 항소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본건 웹사이트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잠재적 수신자, 나아가 네덜란드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이러한 수신자 및 사람들이 각각 저작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 공중에 대한 전달로 보기에 충분하며, 이는 대중이 그러한 접근을 위한 도구(VPN )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에 의해 배제되지 않는다.

 

웹사이트를 통한 공중전달이 있었는지 여부는, 전달하는 주체의 (주관적인) 의지와 해당 웹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기 위해 해당 주체가 취한 조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특히) 그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해당 웹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공중의 범위와 해당 주체가 공중에 대한 전달에 (의도적으로) 개입한 정도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고 재단의 주장에 대하여 네덜란드 대법원은, (i) 저작권 지침 제3조 제1항에서 언급하는 공중에 대한 전달을 위해 그 전달이 직접 공중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 또는 우회로를 통한 것이더라도 저작물이 공표된 웹사이트의 접근 가능성만으로 충분한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고, (ii) 후자의 경우, 이러한 우회로를 따라야 한다는 사실은 전달이 웹사이트의 제공자에 의해 이루어지는지, 또는 피고 측의 주장대로 중개 (VPN) 서비스에 의해 이루어지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하면서, 저작권 지침 제3조 제1항의 올바른 해석에 대해 CJEU에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해석을 요청하였다.

 

저작권 지침 제3조 제1항은, 인터넷상의 저작물 공개가 특정 국가의 공중에 대한 전달로 인정되려면, 그 공개가 해당 국가의 공중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해석되어야 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를 평가함에 있어 어떠한 요소들을 고려하여야 하는가?

최첨단 지역 차단으로 인해, VPN 또는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사용하여 해당 차단 조치를 우회해야만 저작물이 게시된 웹사이트에 접근이 가능한 경우에도, 해당 국가의 공중에 대한 전달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가? 차단된 국가의 공중이 해당 서비스를 통해 해당 웹사이트에 접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정도가 이와 관련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때 지역 차단 외에 차단된 국가의 공중이 해당 웹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저지하기 위한 다른 조치들이 취해졌는지 여부가 답변에 차이를 만드는가?

만약 차단 조치가 설정된 국가임에도 해당 차단 조치가 우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저작권 지침 제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중에 대한 전달로 인정된다면, 그 전달은 해당 VPN 또는 유사 서비스 제공자의 개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저작물을 게시한 자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5. 시사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네덜란드 대법원은 지역 차단을 우회할 수단이 있는 경우 지역 차단 대상 지역에서 공중전달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접근 제한 등 추가적인 보호 조치의 정도에 따라 결론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하여 CJEU의 판단을 구하고 있다. 현재 스트리밍 사업자 등 많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저작권 보호 조치로서 지역 차단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데, 위 사안에 대한 CJEU의 결론은 장래 위 사업자들의 사업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네덜란드 대법원은, 누군가 자신의 행위의 결과를 충분히 알면서 보호되는 저작물에 대한 주어진 공중의 접근을 허용하기 위하여 개입하는 경우, 특히 그러한 개입이 없었더라면 공중이 원칙적으로 배포된 저작물에 접근할 수 없었을 때, 그 사람은 전달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우회적 방법을 사용하여 저작물에 접근한 경우 전달의 주체는 저작물의 게시자인지 VPN 등의 서비스 제공자인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졌다. VPN 사업자들은 원칙적으로 중립적인 지위에서 중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됐는데, 위 네덜란드 대법원의 질의로 인하여 CJEUVPN 사업자 등이 공중전달권 침해와 관련하여 어떠한 책임을 질 수 있는지에 대하여도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네덜란드 대법원은 지역 차단을 우회할 수단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에서 공중전달 행위가 있었다고 평가된다면, 사실상 인터넷에서의 저작물 공개가 허용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면서, 이는 저작권자의 이익과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간의 이익의 균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 같은 공익과 저작권자의 권리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CJEU의 판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저작물이 유통되고, 그 과정에서 지역 차단이나 VPN 등의 서비스가 널리 활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안에 관한 CJEU의 판단은 디지털 시대에 저작권 보호 조치로서 지역 차단이 어떤 효과를 가지는지, 누가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지게 되는지 등과 관련하여 중요한 선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CJEU의 판단은 장래 관련 분쟁에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그 판단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 참고문헌

 

- ECLI:NL:HR:2024:1263

- ECLI:NL:GHAMS:2023:542

- ECLI:NL:RBAMS:2022:328

- Hof oordeelt: publicatie dagboek Anne Frank op website niet in strijd met auteursrecht

(https://www.ie-forum.nl/artikelen/hof-oordeelt-publicatie-dagboek-anne-frank-op-website-niet-in-strijd-met-auteursre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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